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면서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 저도 2년 전쯤 처음 경험했을 때 뭔가 크게 잘못된 건 아닐까 싶어서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실신이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극적인 장면에나 나오는 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제 몸에 그게 일어나니 전혀 다른 얘기였습니다. 미주신경성실신이라는 진단명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신 원인, 생각보다 종류가 많습니다
실신을 처음 겪었을 때 저는 '그냥 과로해서 그런 거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면서 검색을 하다 보니, 실신의 원인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실신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 계열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반사성 실신, 두 번째는 기립 저혈압에 의한 실신, 세 번째는 심장성 실신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반사성 실신에 속하는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입니다.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이란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후 부교감신경이 반대로 지나치게 작동하면서 혈압과 맥박이 동시에 뚝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이 위기 상황에 과하게 반응했다가 그 반동으로 쓰러지는 것입니다.
기립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은 또 다른 원인입니다. 여기서 기립 저혈압이란 누워있거나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급격히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주로 고령자나 당뇨병 환자처럼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 잘 나타납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심장성 실신입니다. 부정맥이나 심한 대동맥판 협착증처럼 심장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실신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심장성 실신은 조기 진단이 우선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정보포털).
- 혈관 미주신경성 실신: 오래 서 있기, 공포, 통증, 복압 증가 등이 유발 요인
- 기립 저혈압: 갑자기 일어날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태, 고령·당뇨 환자에게 흔함
- 심장성 실신: 부정맥·심장판막질환 등 심장 기능 이상이 원인, 즉각적 진료 필요
- 기타: 배뇨·기침·발살바 실신처럼 특정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상황성 실신도 존재
전조증상이 있습니다, 그때가 핵심입니다
제가 처음 쓰러지기 직전 느낀 감각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 귀에서 웅웅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이명, 그리고 전신에서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뭔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실신 직전 전조증상이었습니다.
전조증상(Prodrome)이란 실신이 일어나기 직전에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경고 신호입니다. 어지럼증, 이명,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좁아지는 느낌이 대표적입니다. 이 신호가 나타났을 때 바로 앉거나 눕는다면 실제 실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신호를 무시하고 버텼는데, 그게 오히려 더 위험한 선택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전조증상이 없는 실신도 있습니다. 특히 심장성 실신의 경우 경고 없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미주신경성 실신은 상대적으로 전조증상이 길게 나타나는 편이라, 그 순간을 잘 인지하면 대응할 여지가 있습니다. 참고로 실신 전 뇌의 혈압이 정상 120mmHg에서 50~60mmHg대까지 떨어진다는 수치를 보고 나서는 이게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정보포털).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실신처럼 보이지만 실신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뇌전증 발작은 쓰러진 후 몸이 뻣뻣해지거나 경련이 오래 지속되고, 의식 회복에 1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성실신은 반복적으로 검사해도 혈압 변화가 없고 심리적 요인이 동반됩니다.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제 경험상 직접 증상을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처법, 버티면 더 위험합니다
제가 실신을 처음 경험한 후 가장 크게 바뀐 행동이 있다면, 전조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앉아버린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서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힐 위험을 키우는 행동이었습니다. 실제로 실신으로 쓰러지는 사람 중 약 20%가 외상을 입는다는 수치를 보고 나서는 버티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걸 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미주신경성 실신 관리에서 의료계에서 권장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맞압력 조작법(Physical Counterpressure Maneuvers)입니다. 이 방법은 전조증상이 시작될 때 다리를 꼬아 양쪽에 힘주기, 쪼그리고 앉기, 주먹 세게 쥐기, 양손 걸어 잡아당기기 등의 자세로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여 실신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저도 이 방법을 알고 나서 몇 번 실제로 써봤는데, 전조증상이 오는 순간 주먹을 꽉 쥐고 앉는 것만으로도 쓰러지는 것을 막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주변에 누군가 쓰러졌을 때의 대응도 중요합니다. 의식이 없다면 옆으로 눕혀 기도를 확보하고 의식 회복 여부를 확인합니다. 바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119 신고가 우선입니다. 의식이 돌아왔더라도 바로 일으켜 세우면 재실신 위험이 있으므로, 충분히 안정을 취한 뒤에 이동해야 합니다.
생활습관 면에서는 하루 2~3L의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하루 6~9g의 소금 섭취가 권장됩니다. 단, 고혈압이나 심장·콩팥 질환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 후 적용해야 합니다. 저는 당시 업무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쉬는 시간에도 머릿속에서 업무가 떠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뇌는 계속 긴장 상태였던 셈인데, 그것이 제 몸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지금은 꽤 명확하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 번 기절했는데 꼭 병원에 가야 하나요?
A. 한 번이라도 실신을 경험했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원인이 미주신경성 실신처럼 비교적 가벼운 것일 수도 있지만, 심장성 실신처럼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흉통, 두근거림, 운동 중 실신이 동반됐다면 빠른 심장 검사가 필요합니다.
Q. 미주신경성실신은 완치가 되나요?
A. 완전한 완치라기보다는 유발 상황을 파악하고 회피하거나 대처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래 서 있을 때만 발생한다면 그 상황을 피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약물 치료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개인마다 원인과 맞는 대처법이 다르므로, 의료진과의 상담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Q. 실신과 뇌전증 발작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실신은 대개 의식 회복이 빠르고, 쓰러지기 전 어지럼증이나 시야 흐림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납니다. 반면 뇌전증 발작은 몸이 뻣뻣해지거나 강직-간대 경련이 나타나고, 의식 회복에 1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실신도 경련을 동반하는 사례가 있어 증상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때는 뇌파 검사(EEG) 등 전문 검사가 필요합니다.
Q. 스트레스가 실신을 유발할 수 있나요?
A.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극도의 불안이나 심리적 충격이 과호흡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면서 실신이 발생하는 경로는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만성적인 긴장 상태가 몸 전체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였고, 그게 실신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결론
실신은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난 것'으로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저처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면 생활 방식 조정과 대처법 숙지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만, 심장성 실신처럼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서 넘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가 이 경험에서 가장 크게 얻은 교훈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조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앉거나 눕고, 반복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실신 한 번이 단순한 피로인지, 아니면 더 큰 문제의 시작인지는 검사 전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