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유방암 중 유전성 유방암은 5~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거의 자동으로 유전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가족력과 유전성 유방암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걸 알고 나서야 막연한 불안이 조금은 걷혔습니다.
가족력이 있다고 다 유전성은 아닙니다
어머니가 유방암이면 딸도 걸린다, 이런 식으로 단정 짓는 분들이 주변에 꽤 많습니다. 저도 오래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런데 실제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유방암이 겹치는 경우의 상당수는 유전성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 때문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식습관, 비슷한 생활환경, 비슷한 호르몬 패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죠. 이걸 우리가 가족성 유방암이라고 부르는데, 전체 유방암의 약 15%를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유전성 유방암은 어떻게 다를까요. 유전성 유방암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 방식으로 전달됩니다. 여기서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란, 부모 중 한 명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을 때 자녀에게 50% 확률로 그 유전자가 전달된다는 뜻입니다. 이건 성별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남성도 BRCA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을 수 있고, 그게 딸에게 다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전자 변이를 물려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암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우리 몸은 한쪽 염색체가 손상되어도 나머지 하나가 정상이면 일단 버팁니다. 문제는 살아가는 동안 나머지 염색체에도 후천적 변이가 생겼을 때입니다. 그때 비로소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선천적으로 이미 한쪽이 손상되어 있는 유전성 암은 이 두 번째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고, 그게 암 위험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기전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유방암 환자의 직계 가족이라 해도 단순히 가족력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전성 여부를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발병 나이, 양측성 여부, 다발성 암 동반 여부 같은 요소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가족성 유방암: 환경·생활습관 공유로 인한 동시 발병, 전체 유방암의 약 15%
- 유전성 유방암: 돌연변이 유전자가 직접 전달되는 경우, 전체 유방암의 5~10%
- 유전자 변이를 보유해도 반드시 발병하는 것은 아님 — 후천적 변이가 추가로 일어나야 암 발생
BRCA 검사, 누가 언제 받아야 할까
BRCA 유전자는 2013년 앤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 절제술로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 이름이 Breast Cancer Gene, 즉 유방암 유전자의 줄임말에서 온 것도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느낀 건, 이 유전자의 원래 기능이 암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암을 막는 종양 억제 유전자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려 할 때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유전자인데, 이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서 문제가 생기는 거죠.
BRCA1과 BRCA2, 두 가지가 있고 각각 1994년, 1995년에 발견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에서 각 변이 유병률은 약 5% 수준으로, 서구권보다 낮은 편입니다(출처: 한국유방암학회). 70세까지 암 발생 위험을 따지면, BRCA1 변이 보유자는 유방암 50%, 난소암 25% 수준이고 BRCA2는 유방암 35%, 난소암 약 11%로 알려져 있습니다. BRCA1이 더 위험도가 높고, 예후가 나쁜 삼중음성 유방암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여기서 삼중음성 유방암이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유방암 유형으로, 표적 치료제가 제한적이어서 다른 유형보다 치료가 까다롭습니다.
검사 방법은 간단합니다. 채혈 한 번으로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합니다. 기본 검사는 BRCA 단독 검사이고, BRCA 변이가 나오지 않았지만 유전성 암이 강하게 의심될 경우 PALB2, TP53, PTEN, CDH1, STK11 등 여러 유방암 관련 유전자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다중 유전자 패널 검사를 추가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중 유전자 패널은 아직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비용 부담이 있습니다.
검사 결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옵니다. 병원성 변이가 확인된 양성, 임상적으로 의미 없는 음성, 그리고 VUS(미분류 변이)입니다. VUS란 변이가 존재하지만 암과의 관련성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 변이를 가리킵니다. 제가 자료를 살펴보면서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이 바로 이 VUS였는데, 지금 당장은 무해해 보여도 추후 연구를 통해 병원성으로 재분류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완전히 안심하기보다 주기적으로 재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검사 대상과 관련한 급여 기준을 보면, 3대 이내 가족 중 유방암·난소암·췌장암·전립선암 이력이 있는 경우, 40세 이하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남성 유방암, 삼중음성 유방암(60세 이하) 등이 해당됩니다. 남성도 BRCA 변이가 있으면 유방암 위험이 올라갈 뿐 아니라 전립선암과 췌장암 위험도 증가하므로, 남성이라도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점은 많이들 모르시는 부분입니다.
예방적 절제, 무조건 해야 할까요
BRCA 변이가 확인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럼 다 잘라내야 하나"일 겁니다. 앤젤리나 졸리처럼요. 저 역시 처음엔 그게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관련 연구들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집니다.
이미 유방암이 진단된 경우를 먼저 보겠습니다. 2025년 국내 연구에서 BRCA 변이를 가진 575명을 분석했더니, 유방 보존술(377명)과 유방 전절제술(198명) 간에 전체 생존율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보존술 후 남은 유방에서 재발이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재발 시 치료를 받아도 예후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유방 보존술이란 암 주변 조직만 제거하고 유방의 나머지 부분은 살리는 수술 방식으로, 이후 반드시 방사선 치료가 따라붙습니다.
반대쪽 유방을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것은 어떨까요. 11개국 2,500여 명을 분석한 연구(출처: Breast Cancer Research)에서 양측 유방 절제술을 해도 한쪽 유방만 절제한 경우와 생존율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대쪽 유방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는 분명했지만, 생존 이득은 입증되지 않은 거죠. 단, 반대쪽 유방에 재발이 실제로 생기면 사망 위험도가 약 2배로 올라간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즉, 예방하면 좋지만 하지 않는다고 생존이 크게 나빠지는 건 아닌 상황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무조건 절제가 정답"이라는 시각과 "생존율 차이가 없으니 괜찮다"는 시각 사이에서 환자 스스로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반면 난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술, 즉 난소와 나팔관을 미리 제거하는 수술은 유방암과 달리 사망률 감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워낙 어렵고 예후가 유방암보다 나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난소난관 절제술이 유방암 발생 위험도까지 낮춘다는 연구도 있으며, 50세 이전에 시행할수록 그 이득이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유방암학회 진료 권고안도 BRCA 변이 보유자에게 35~40세 이후, 출산 계획이 종료된 시점에 이 수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BRCA 외에도 TP53 변이와 연관된 리-프라우 메니 증후군, PTEN 변이와 연관된 카우덴 증후군도 있습니다. 두 증후군 모두 유방암 위험도가 최대 60%까지 올라가고, 다른 여러 암도 함께 발생할 수 있어 더 광범위한 정기 검진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 부분이 일반인에게 가장 덜 알려진 영역인데, BRCA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엄마가 유방암인데 저도 꼭 BRCA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검사 대상은 아닙니다. 발병 나이가 40세 이하이거나, 양측성 유방암이거나, 가족 중 난소암·췌장암·전립선암 이력이 있는 경우에 검사 필요성이 높아집니다. 단순히 가족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안해하기보다, 담당 의사와 상담해 본인의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Q. BRCA 변이가 나오면 무조건 유방을 다 잘라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들을 보면 유방 보존술과 전절제술 간에 전체 생존율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유방암이 진단된 경우라면 수술 범위를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면 되고, 아직 암이 없는 변이 보유자라면 예방 절제는 선택적입니다. 다만 난소는 상황이 다르므로, 출산 계획이 끝났다면 난소난관 절제술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Q. BRCA 검사 결과가 직장이나 보험사에 유출될 수 있나요?
A.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전 정보는 본인 외에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고용, 승진, 보험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 조항도 있습니다. 물론 법이 완벽한 보호막이 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행 제도상 검사 결과가 외부로 새어 나가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Q. 운동이나 식습관으로 유방암 위험을 낮출 수 있나요?
A. 유전적 위험이 있더라도 생활 습관이 암 발생에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건 사실입니다. 비만은 유방암 위험도와 재발률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다만 운동과 식이 관리만으로 유전성 위험을 완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생활 습관 관리는 정기 검진과 함께 병행해야 할 보완 요소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BRCA 외에 다른 유전성 유방암 관련 유전자도 있나요?
A. 있습니다. PALB2, TP53, PTEN, CDH1, STK11 등 여러 유전자가 유방암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BRCA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유전성 암이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이들 유전자를 함께 분석하는 다중 유전자 패널 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검사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결론
가족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하게 겁부터 내는 것과, 유전성 유방암의 실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걱정의 방향'이었습니다. 막연한 공포에서 검진 일정과 상담으로 초점이 옮겨졌거든요.
BRCA 변이 보유자라고 해서 당장 유방을 다 절제해야 한다는 건 과장된 공포에 가깝습니다. 다만 난소는 다릅니다. 유방암보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예후가 나쁜 난소암의 특성상, 출산 계획이 끝난 시점에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술을 고려하는 것은 생존율과 직결된 선택입니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의사와의 상담이 훨씬 실질적으로 바뀝니다. 정기 검진을 꾸준히 받으면서, 필요하다면 BRCA 검사도 망설이지 마시기 바랍니다.